심지가 곧다
내가 아는 나무가 하나 있다
그 나무는 아마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때 뿌리를 내린듯 하다
낙엽이 지고 땅이 얼어 붙었지만 나무의 씨앗은 꿋꿋이 싹을 피웠고 차가운 땅에 자신을 내렸다
나무가 땅에 묵묵히 뿌리내리는 내내 추운겨울이었다
그 해는 유난히 눈도 펑펑 쏟아졌고 사방이 꽁꽁 얼어붙은 땅이었다
나무의 존재를 알리는 기둥이 폭하고 대지를 뚫었다
세상으로 나오려 애쓰던 시간에 집중하느라 나무는 봄이 온 줄 몰랐지만 봄이 왔다
광야에
그 광야는 푸르렀다
고개만 내민 그 나무는 앞으로 언제고 클것이다
키를 키우며 가지를 뻗는다
그러는 중 또 겨울이 올테지만 걱정없다
이미 잘 견뎌졌으니까 어쩌면 그 고요한 겨울을 즐기며 웃을것이다
세상이 조용하다며 좋아할것 같다
나의 이 나무가 영원히 그 자리에 살아있어 기쁘다
시
- 내가 사랑하는 나무 2019.03.13
- 먹 2018.11.08
내가 사랑하는 나무
2019. 3. 13. 19:30
먹
2018. 11. 8. 23:04
먹
붉은 주먹을 쥔 남자가 종이 위에 한참 동안 무얼 쓴다
하려던 것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오줌이 급해 화장실엘 가려 한다
몇 걸음 가다 다시 돌아와 가방에 넣어둔 사탕을 꺼내 입에 물고 다시 갈 길을 간다
남자 옆자리에 앉아 바느질하던 여자는 하얀색 모자를 완성한다
여자는 완성된 모자를 흐뭇하게 바라보다 목을 축이러 방을 나섰다
여자의 뒷모습은 빨갛다
열어둔 창문으로 옅은 바람이 분다
불투명한 한지와 바람에 자리가 옮겨진 모자 하나만 방안에 머문다
창밖에 여덟 번째 눈이 내린다
어깨 위에 앉은 눈을 털며 남자가 들어온다 사탕은 없다
차가운 것이 아무렇지 않는지 머리 위의 눈을 본체만체한다
들어온 남자는 쓰려고 하던 글씨는 잊은 채 바닥에서 뒹구는 모자를 본다
어떻게 알고 모자가 처음 놓였을 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아, 남자는 모자가 흰 색인 줄은 모른다
남자가 종이 앞에 선다 습관인 듯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고민하다 붓을 든다
아차차 먹이 없다
벼루도 물도 심지어 문진도 있는데 먹이 없다
방안을 뒤진다 샅샅이 뒤졌지만 먹은 나오지 않는다
먹이 사라졌다
남자는 하는 수없이 먹물을 벼루에 붓는다
뻣뻣해진 붓에 먹물을 묻히고 글씨를 쓴다
먹물은 종이에 스몄지만 여전히 먹은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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